현재 풀브라이트 장학금은 미 교육부가 아닌 국무부가 주도적으로 운영하고 있다. 국무부가 매년 예산을 책정해 장학금을 운영하는 방식이다. 교육 장학금을 교육부가 아닌 국무부가 운영하는 까닭은 장학금의 공공외교적 성격을 고려한 때문이다. 제도시행 초기에는 장학금의 재원으로 미국에서 생산된 잉여농산물을 아시아·아프리카 등 개발도상국에 판매하여 얻은 수익금을 사용했다. 예컨대 필리핀에 밀가루를 판매한 돈을 그 나라 현지에 예치해 두었다가 유학비용을 대기 힘든 가난한 현지 학생들의 장학금으로 사용한 것이다. 한국전쟁 직후인 1955년 우리도 미국과 잉여농산물 도입협정을 맺었고 그 후 10년간 2억300만달러가량의 잉여농산물을 국내로 들여왔다. 하지만 지난 1981년부터는 풀브라이트 장학금을 미 국무부 예산으로 충당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1950년에 풀브라이트 장학금 대상국으로 선정됐다. 하지만 한국전쟁의 여파로 유명무실한 상태를 유지하다 1960년부터야 본격적으로 풀브라이트 장학생을 배출하기 시작했다. 현재까지 1786명에 달하는 한국학생들이 풀브라이트 장학생으로 선발돼 미국으로 유학을 갔고 지금도 90명가량의 한국 학생들이 미국 대학에서 석·박사 학위 과정을 밟고 있다. 풀브라이트 한국 지부인 한미교육위원단의 심재옥 단장은 “지난 가을 올해 미국으로 파견할 한국학생 22명을 선발한 상태”라며 “22명 선발에 80명이 넘는 우수 인재들이 지원해 선발하는 데 많은 애를 먹었다”고 했다. 한미교육위원단은 장학생 선발 원서를 접수하고 실질적으로 유학생을 선발하는 역할을 하는 곳이다.
풀브라이트 장학생 선발 경쟁이 치열한 이유는 미국 유학기간 동안 학비와 기숙사비를 포함한 모든 생활비가 지원되기 때문이다. 미 국무부 교육문화국(IIE)에 따르면 현재 미국에 유학하고 있는 전체 외국인 대학생은 62만명가량. 그중 우리나라 대학생은 6만2392명으로 전체 외국인 유학생 중 차지하는 비중이 지난해 11%를 넘어섰다. 국가별 순위도 인도(9만4000명), 중국(8만1000명)에 이어 3위를 차지했다. 우리보다 인구가 많은 일본(3만3000명)보다 2배 가까이 많은 수치다. 특히 미국 대학원 석·박사 과정에 재학 중인 학생들은 2만3900명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전체 외국 유학생 중 62%가량은 유학에 드는 비용을 자비나 가족이 주는 돈으로 충당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내 한 유학원 자료에 따르면 국내에서 학사학위를 취득한 사람이 미국에서 석사과정을 이수하는 데 드는 평균 유학비용은 대개 연간 4만3000달러에 달한다. 특히 명문대학이 몰려있는 미 동부의 경우 학비를 제외한 생활물가가 미국 다른 도시의 2~3배 수준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에는 원화가치가 하락하고 달러가치가 치솟아 자비 유학생들의 경제적 부담이 더 커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풀브라이트 장학생들은 이와 같은 경제적 어려움에서 상대적으로 여유가 있는 편이다. 특히 치열한 장학생 선발과정을 뚫고 아이비리그 장학생으로 선발된 학생들은 풀브라이트 장학금 외에도 현지 학교에서 주는 장학금을 동시에 받는 경우가 많은 것으로 알려졌다. 한미교육위원단의 심재옥 단장은 “미국 아이비리그에 재학 중인 이공계 학생의 경우 머리가 좋고 성실해서 거의 100% 해당 대학의 별도 장학금을 받는 것으로 보면 된다”며 “이때까지 돈이 부족해서 공부 못한다는 소리는 못 들어봤다”고 말했다.
현재 한미교육위원단에서는 미국 현지의 물가를 고려해 미국 유학에 드는 등록금, 수업료 일체를 지원하고 있다. 또 학비를 제외한 생활비로 한 달에 950~1300달러가량이 학생들에게 지원된다. 일인당 연간 총 지원금액은 모두 3만5000달러에 달한다. 미국과 한국을 오가는 왕복항공권도 지원대상에 포함된다. 특히 교육과학기술부가 연간 23억원가량을 풀브라이트 장학금으로 출연하면서 한국 장학생들에 대한 수혜대상과 범위가 더욱 늘어났다. 한미교육위원단의 심재옥 단장은 “현재 풀브라이트 장학제도를 운용하고 있는 151개국 가운데 51개국은 미국과 더불어 현지 정부에서도 장학금을 출연하고 있다”며 “우리나라도 1980년부터 장학금을 미국과 공동으로 출연하고 있고 2~3년 전부터는 지원금이 대폭 늘어났다”고 말했다.
결혼한 사람들을 위한 배려도 돋보인다. 석·박사 과정의 학생들 상당수는 이미 한국에서 학사학위를 취득하고 가정을 이룬 사람들이기 때문이다. 때문에 한미교육위원단에서는 ‘가족수당’을 책정하여 한 명 이상의 가족을 데리고 유학할 경우에는 매달 250달러, 2명 이상일 경우에는 350달러가량의 특별수당을 지원하고 있다. 또 한미교육위원단에서는 별도로 학생들이 유학하고 있는 대학 측에 “유학생을 재정적으로 지원해 줄 것”을 요청하고 있다. 한미교육위원단의 한 관계자는 “연간 3만5000달러가량의 금액은 외국학생들이 미국 유학 중 들어가는 기본경비를 충당하기에 적당한 액수”라며 “다만 동부지역과 같이 해당 지역의 생활비가 특별히 비싼 경우에는 본인이 일부 부담해야 하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