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외ㆍ봉사활동ㆍ수상경력 등도 도움
미국 동부 뉴햄프셔에 위치한 필립스엑스터아카데미(Philips Exeter Academy)는 해마다 아이비리그 대학에 진학하는 학생을 많이 배출하고 있는 명문으로 꼽히는 기숙고등학교이다. 그 학교를 졸업하고 올해 스탠퍼드대학교에 진학한 이공명(19ㆍMike Lee 컴퓨터공학과·사진)씨를 이메일 인터뷰를 통해 만나봤다. 이씨는 뛰어난 글쓰기 실력을 갖춰 재학 중 인텔에 제출한 논문으로 장학금을 받았다. 또한 본지 3월31일, 4월7일자 ‘베스트 잉글리시 에세이’란에 재학 시절 작성했던 원고를 게재해 독자들에게 좋은 반응을 얻기도 했다.
이씨는 뛰어난 글쓰기 실력을 갖추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많이 읽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어려서부터 다독하는 습관을 붙인 것이 결실을 거둔 셈이라고 한다. “책 읽기를 좋아해 매일 다양한 분야의 책을 접했다. 꾸준한 독서는 어휘가 풍부해질 뿐 아니라 영어의 미묘한 뉘앙스를 파악하고 적절하게 사용하는 능력을 키울 수 있게 해준다”며 독서의 중요성을 거듭 강조했다.
그 결과 최고의 영재들만 모인다는 고등학교에서도 학업에 뒤지지 않고 우수한 성적을 유지하는 것은 물론 최고 수준의 에세이를 쓸 수 있는 실력도 기를 수 있었다고.
이씨는 좋은 에세이를 쓰기 위해서는 “논제를 독자들에게 설득시켜야 한다. 에세이에 담기는 모든 요소를 이 목표를 향해 일관되게 배열해야 한다”며 “내세우고자 하는 주장과 관계가 없거나 논점을 흐리는 부분은 과감하게 걷어내고 핵심 주장을 강화시켜 나가면 명쾌한 글이 나오게 된다”고 나름의 생각을 풀어냈다.
미국의 명문대학들은 성적과 함께 교과외 활동, 봉사 활동, 수상 경력 등도 입학 때 중요한 사정자료로 활용한다. 이씨는 뛰어난 글쓰기 실력을 바탕으로 돋보이는 수상 경력을 얻어내기도 했다. 고등학교 때 전국에서 논문을 공모하는 인텔 과학영재선발대회에 참가했는데, 당시 참가자들이 제출한 총 1600여편의 논문 중 최종 40편에 뽑혀 5000달러의 장학금을 받았던 것이다. 이는 이씨의 뛰어난 글쓰기 실력을 증명해주는 사례이기도 하다.
이씨는 당시 결선에 진출한 40명이 모두 1주일간 워싱턴 DC에서 머물게 되었을 때, 자신의 인생에서 가장 똑똑한 학생들과 교류하는 기쁨을 누리기도 했단다. 아울러 미국의 교육 시스템은 특정 분야뿐 아니라 천체물리학, 수학, 물리학 등 다양한 과학 분야를 연구할 수 있는 여건이 잘 조성돼 있어 공부에 대한 의욕을 충분히 키워갈 수 있다고 덧붙인다.
그렇다면 미국 명문대학의 캠퍼스 생활은 어떨까. 이씨는 다소 아쉬운 듯 새내기의 낭만을 부릴 여유는 없다고 토로한다. “수면에 떠있는 오리와 같은 처지라 하겠다. 물 위에 있는 오리는 겉으론 평온해 보이지만 물밑에선 끊임없이 발길질을 해야 한다”면서 치열한 노력을 필요로 하는 현실을 우회적으로 알려준다.
“스탠퍼드대학 학생들은 주말이면 다른 학생들처럼 파티를 즐기는 등 비슷한 생활을 하지만 사실 학점 관리를 위해 엄청나게 열심히 공부한다.
수업을 따라가는 것 자체가 힘들고 캠퍼스에서 요구하는 활동이 많기 때문에 하고 싶은 일을 맘껏 할 시간은 별로 없다. 취미활동과 학업의 균형을 잘 맞추는 것이 중요한 과제”라고 이씨는 전했다.
이씨는 앞으로 과학기술 분야의 벤처회사를 설립하겠다는 꿈을 가지고 있다.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가치는 ‘절대 포기하지 않는 것’이라면서 “성공하는 사람과 실패하는 사람의 차이는 지능이나 노력보다는 오히려 인내에 달려 있다. 세상에 매우 똑똑한 사람들과 열심히 노력하는 사람들은 많이 있다. 그러나 성공에 가장 필요한 것은 실패를 받아들이고 목표를 향해 계속 전진하는 인내”라고 강조했다.
이씨는 은근과 끈기를 몸에 체득하고 있는 영락없는 한국인의 후예이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