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MIT 건축학과 진학한 임수현 학생의 합격 비결
그룹 스터디ㆍ토론식 수업 영어 공부에 도움
개성 드러낼 ‘나만의 포트폴리오’ 준비해야
“외고에 입학할 때 토플 고득점이나, 올림피아드대회 수상 실적은 없었다. 해외에서 살다 온 것도 아니었다. 원래는 일반전형으로 중국어과에 입학했다가 국제반으로 옮겼다. 처음엔 영어로 하는 수업을 따라가기가 무척 힘들었다.”
한국외대부속외고를 거쳐 올해 매사추세츠공대(MIT) 건축학과에 합격한 임수현(19) 양의 말이다. 외고를 거쳐 아이비리그수준 대학에 가는 학생들에게 떠올리는 영재 이미지와는 사뭇 다르다. 한때 수업 적응도 힘들었다는 임양이 MIT 건축학과에 합격할 수 있었던 비결은 무엇일까.
임양은 무엇보다 외고의 남다른 교육 시스템을 꼽았다. 특히 기숙생활의 효과를 톡톡히 보았다고. 모국어 수준으로 영어를 구사하는 친구들과 함께하는 생활은 유학생활과 다를 바가 없었다. 모르는 것은 반드시 질문해서 해결했고 그룹 스터디도 큰 도움이 됐다.
1학년 1학기에는 따라가기도 벅찼던 영어 수업이 시간이 지나자 적응할 수 있게 되었다고 한다. 토론식 수업도 완전학습을 하는 데 효과적인 방식이었다.
“미국 명문대학은 성적만으로 학생을 뽑지 않는다. 교과외 활동, 봉사활동, 에세이, 추천서 등을 중요한 입학사정자료로 활용하기 때문에 검도부 활동을 열심히 했고 베트남, 네팔에서 봉사활동을 하기도 했다. 1학년 때부터 건축사무소에 나가 인턴십도 꾸준히 했다”고 말하는 임양은 학교를 대표하는 교복모델로 활동하기도 했다.
수많은 경쟁자들 틈에서 미국 명문대학 입학사정관의 눈에 띄기 위해서는 남다른 개성을 드러내야 한다. 임양의 경우 CAD로 1년간 작업했던 포트폴리오 그림 13점을 제출했던 것이 주효했다고 한다.
에세이는 외고에 입학하면서부터 큰 과제였다. 소재를 미리 생각해서 친구들에게 물었다. 주기적으로 다양한 에세이를 작성해서 친구들에게 보여주면서 서로 피드백을 주고받았다. 그 결과 10년간 했던 검도를 소재로 한 에세이는 좋은 평가를 받았다.
“외고에 안 다녔다면 지금의 영어실력은 상상도 못할 것이다. 읽기, 말하기, 쓰기 모두 학교수업을 충실히 했다. 우수한 학생들이 모여 선의의 경쟁을 펼치는 것이 외고의 힘”이라고 임양은 설명했다.
현재 특목고, 외고의 해외명문대학 진학 실적은 최고수준이다. 외고에 입학한 학생들은 만약 자신들이 일반고에 갔다면 국내대학 준비와 해외명문대학 준비를 별도로 해야 하기 때문에 목표를 달성하기가 힘들었을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
국내대학은 성적만을 보지만 해외명문대학의 입학기준은 다르기 때문에 준비부터 달라야 한다.
공부만 잘하는 학생을 뽑는 대신에 학생들의 관심분야에 주목하고 인성과 잠재력을 중시하는 남다른 입학기준은 시작부터 인재육성의 방법이 다른 셈이다. 세계 10대 경제국이면서 아직도 세계 100위권 대학이 없는 국내의 현실을 보면서 학생도 학교도 세계 수준이 될 수 있는 날을 고대해 본다.
/이동호기자 leedongho@fnn.co.kr